내 가슴 안쪽 여기에 벌통이 있었다.
그리고 황금 벌들이
내 오래된 실패들로부터
흰 벌집과
달콤한 꿀을 만들고 있었다.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의 꿈 中
<작가의 글>
세상에 무늬를 만들어 가는 시간, 공간에 관한 사유, 마땅한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 인간의 감정을 자연의 이미지에 투사하여 물질로 표현하는 회화 작업을 하고 있다.
온도와 습도 햇빛, 바람에 따라 살다가 열매를 맺고, 낙엽이 되고, 썩어서 흙이 되고 별이 되고 우주가 되는 꽃과 나무, 꿀과 씨앗의 생사는 이번 전시의 주된 이야기이다. 이는 평범한 것, 쓸모를 다한 것. 주인공이 아닌 것, 배제된 것들의 가치와 영원성에 대한 고민이고 다시 찾아올 계절의 기다림을 독백하는 일이다.
시작부터 끝까지 계획된 이미지는 없었다. 그림 속에 그림을 숨기고, 긁혀진 표면 위로 날것을 들어내며 그리기의 죽음과 부활을 기록한다.
순간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아름답지만, 영원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극적인 또는 극적이지 않은 감정의 변화,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 결여와 망각, 깊은 허무를 담은 인간 내면의 침전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드로잉을 반복하고 지우고 덧그린다. 정교한 해부와 덮어버리기 사이에서 갈등하며 무의미한 감정의 군더더기를 발라내고, 정돈되지 않은 선과 물질의 부스러기, 실패한 선을 감추려 하지 않았다.
나의 그리기는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시간. 캔버스 앞, 한계와의 타협, 엉킨 실을 포기하지 않는 고집에 대한 위로, 결국 진실한 삶의 의미에 대한 현재의 질문과 답이 없는 답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