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낮에 찾아든 밤의 시간
정광민
2023.07.20-08.17
여행자의 밤은 그리움으로 가득 차 있다. 어쩌면 그리움보다는 아쉬움일 수도 있겠다. 끝내 남기지 못한 끝 인사가 마음에 맘에 걸려 잠 못드는 밤도 있고, 잘해주지 못한 것들이 눈에 밟혀 뜬눈으로 지샌 밤도 있다. 그 밤을 지나 맞는 낮은 그래도 버틸 만 하다. 삶을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형태로든 노동의 시간이 있기 마련이니까. 그가 여행자 일지라도.
하지만 낮이라고 늘 안전하진 않다. 방심하는 순간 밤의 시간이 찾아온다.
문득
이번 작업은 여행자의 낮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물론 일상적인 노동의 낮이 아니라 불연듯 찾아든 밤의 시간이 공존하는 낮이다. 여행자의 낮은 어떨까?
여우를 만나 길들임을 배우고 장미 정원에서 속상해 울기도 하고 비행사를 만나 양을 얻기도 하지만 그래도 끝내 눈길이 향하는 곳은 남기고 온 장미가 있는 별이다.
-작가노트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