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T  I  M  E  L  E  S  S


이창훈

2023.06.15-07.15




개념(槪念)이라는 사전의 의미는 특정한 사물, 사건의 현상이나 상징적인 대상들의 공통된 속성을 추상화하여 종합화한 보편적 관념, 다시 말해서 각개의 사물로부터 공통적, 일반적 성질을 뽑아내서 이루어진 표상(表象)을 개념이라 한다. 개념미술은 본디 미술 작품의 유형적인 측면보다는 무형적인 측면을 중요시하는 미술이며 작가의 신념과 발상이 중요한 요소를 가진다. 

이창훈 작가는 학부 시절 조소를 전공하며 물성과 재료에 관한 궁금증으로 지속적인 탐구와 본질적인 관념을 고민하던 중 국제적인 전위예술운동인 독일의 “플럭서스(FLUXUS)” 정신에 매료되어 동경하던 독일행을 결심한다. 


내재되어 있던 본질적인 동양사상은 독일에서 표출되었고 사회적 현상의 근본적인 질문들이 화두가 되었으며 무(無)와 유(有) 그럴싸하게 보이는 작위적인 질문들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겉치레 형식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기반성과 자신의 작업을 의심하면서 방향성을 선회하고 또 선회하며 주변의 관계성과 닿아 있지 않은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의 정신적 세계 속에 빠졌다고 생각하여 독일 유학 후반부에는 현실에 대해 본질적인 주제를 찾는다. 


보여지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의 주제는 크게 바뀌지 않았으나 소재를 현실에서 보여지는 것에 찾으려고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게 되고 하고 싶은 이야기들의 귀결이 무엇인지 스스로 반문하며 결국에는 시간에 대한 것들을 인지하는 공간 속에 있는 시간들을 인지하는 것들이 가지는 것. 그것이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삶이란 시간의 흐름에 얹혀서 가는 것이니까. 


현실에 보이는 시간들을 모으고 싶었다. 우연히 폐쇄 되어있던 동물 질병관리본부에 방문하게 되었고 사람들이 떠나고 고립되고 진공상태로 멈춰버린 그 공간 속에 시간에 대한 축적을 보여주는 달력이라는 오브제를 목격한다.


보여 지지 않는 시간성을 가지고 와서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였고 그때의 냄새와 느낌들을 포집기로 공기를 감각적으로 모아서 사람들에게 시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포집기의 제습의 원리를 이용해 물을 모으기로 한다. 


이창훈 작가의 얼음 작업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진공상태의 시간의 축적


물이 기체가 되고 고체가 되고 다시 액체가 되는 순환반복과 맞닿아 있음과 없음의 우리 삶의 이야기들을 이창훈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들려주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들의 진공상태의 응집이 누구에게는 흐르는 시간으로 누구에게는 흐르지 않는 시간의 개념으로 어쩌면 새롭게 맞이하는 제3공간을 이번 전시에서 각자가 느끼는 시간을 감각적으로 다시 한번 마주하기를 바란다.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_냉동고, 얼음, 목재 좌대, 수반_가면크기_ 2023                                                                                                                                                                        지아가가갤러리

#_C-print_180x275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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